언어가 달라서 말이 통하지 않는 것, 그건 견딜만한 일이다. 기호가 다른데 어쩌랴, 급하면 바디 랭귀지라도 쓰게 돼 있다. 깊은 대화가 안 되니 소통에 대한 기대도 없고, 그런 만큼 상처도 적다.
문제는 같은 기호를 사용하는데 의미가 전달되지 않는 경우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사회 변화의 속도가 상상력의 속도를 앞지르는 동네에선 사사건건 언어 충돌에, 구석구석 불통으로 서로 원수지간이 되기 쉽다.
여성과 남성이 그렇고, 아이와 어른이 그렇고, 청년과 중년이 그렇고, 장년과 노년이 그렇고, 부자와 빈자가 그렇고, 거기에 더해 고색창연한 연고주의까지....
그러니 내가 살고 있는 이 현실이 지옥이고, 이 지옥에서 받은 형벌이 바벨탑 붕괴이다. 친해지면 그 시간만큼 다치는 관계들이 그렇지 않은 관계보다 몇 배는 많다. 누구의 잘못이라 하기에는 우리 인간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고르게 마냥 어리석다.
이기주의라는 원죄를 타고난 인류는 타인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각자 자신의 말만 하면서 스스로를 자기 세계에 가둬버리는 것, 우린 이미 지옥에서 삶을 견디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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