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관계

사대주의는 우리의 운명?

아난존 2018. 12. 19. 18:23




우리에게 한국적인 것이란 무엇일까? 그런 게 있기는 한 걸까?

한복 입고 고궁 가면 무료입장, 이런 게 한국문화?

해외 나가도 김치, 고추장, 라면 찾는 거, 이런 게 한국인 입맛?

한류 드라마, 케이팝에 열광하는 외국인들 보면서 자부심 느끼는 거, 이런 게 한국인의 긍지?


한국 가톨릭을 가리켜 로마보다 더 로마적이라고 한다. 교황청을 천국에 이르는 정문쯤으로 여기고, 로마에서 공부해야 적자(嫡子)가 되는 사대적 관습이 여전히 남아 있으며, 아직도 로마나 예루살렘 등 일명 성지순례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한다. 게다가 전례를 중시하는 가톨릭 전통에서 한국인 신자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기도 한다. 그러니 평생 소망으로 메카 순례를 꼽는 무슬림들만 유난스러운 게 아니다.

 

그런데 이런 사대적 태도가 한국에선 가톨릭만의 특징일까?

거슬러 올라가면, 유교도 가톨릭 못지않다. 성리학을 줄기로 한 유교의 배타성도 우리가 원산지인 중국보다 훨씬 더했다. 중국에는 없는 서자 제도에, 공자도 알지 못하는 예법 중시에, 하다 하다 조선을 소중화(小中華)’라며 자랑스럽게 여겼다. 조선이 조선다워야 조선이지, 무슨 '작은 중국'이 자부심의 근거가 될까.

 

그럼 옛날 말고 지구촌 시대인 오늘날엔?

오늘날 우리 사회엔 미국인보다 더 미국인 같은 한국인들이 가지가지 다채롭게 존재한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나란히 흔드는 광화문 어르신들부터 미국 유학이 스펙의 완성인 엘리트 부대까지 인생 성공 안내도에서 미국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미국 시민권은 상류층의 필수템이고, 상류층 진입을 꿈꾼다면 영어는 모국어이다. 미국에서 기침이라도 하면 우리는 얼어 죽을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대체 왜, 우리는 왜, 이 모양 이 꼴이 된 걸까?

우리 이론과 우리 학문은 어디 갔나, 전 영역에서 번역서가 최고의 책이고, 우리 정체성은 언제 있었나, 우리 문화가 무엇이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대체 왜, 우리는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우리에게 한국적인 것이란 원래 없는 것인지, 그래서 학연, 지연, 혈연 같은 연고주의를 끔찍이 고집하는 것인지, 왜냐, 대한민국은 소속될 수 있는 공동체가 아니라서?

 

이제 좀 바꿔보자, 사대주의 근성은 타문화에 대한 수용력으로 진화시키고, 배타적인 집단주의는 타자에 대한 존중감으로 전이시키자. 부끄럽지 않은가, 식민지 시대를 잊지는 말되 식민지 백성의 태도는 버릴 때도 되지 않았는가 말이다.